여성 탤런트가 포털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핫’하지 않은, 마흔 언저리의 배우가 ‘실시간’ 관심을 받는 것은 대개 두 가지 경우인 것 같다.
이혼을 했거나, 또는 재혼을 했거나.
그는 벌써 2년 전에 헤어졌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겉으로는 담담해 보여도 혼자 삭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아마 한동안 주변의 위로를 듣느라 고생 좀 하겠지만 속은 시원할 거다.
방송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려져 이제 누가 ‘남편 안부’라도 묻지 않을까 가슴 졸이지 않아도 될 테니 말이다.
얼마 전에는 스포츠 캐스터로 유명한 남자 아나운서가 ‘이혼 경험이 있다’고 하더니
‘몇 달 전에 재혼했다’고 연속 고백을 했다.
‘이혼을 다룬 교양 프로그램을 보면 내용이 하나도 와 닿지 않는다. 진행자들이 이혼 경력이 없어서다.
답답했다’는 것이 공개 이유였다.
직업상 쉽지 않았겠지만 용기를 낸 덕분에 모두 축하해 주는 분위기로 마무리됐다.
후배 아나운서는 ‘재혼의 아이콘’이라는 별명까지 지어줬다.
재혼 커플매니저들이 회원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 하는 사연을 종종 듣는다.
“직장에서는 제가 노처녀인 줄 알아요.”
늘씬한 30대 여성은 동료들이 소개팅 제안을 할 때마다 난처하다고 한다.
‘가족들이 재혼정보회사 가입한 거 모르니까 집으로 전화하지 말고 비밀로 해 달라’는 남성처럼
새로운 사랑에 대한 희망도 드러내기 힘들다.
재혼 후에도 기쁜 소식을 알리기는커녕 잠수를 탄다.
‘커밍아웃(coming out)’.
요즘에는 일부러 숨기거나 말하지 못했던 일을 떳떳하게 공개한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우리 사회에서 이혼이나 재혼 사실을 고백하는 것은 ‘커밍아웃’이라 할 만큼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말하는 순간 ‘무슨 문제가 있나?’ 훑어보는 시선을 견뎌내야 하니까.
그렇다고 언제까지 숨길 수는 없다.
이혼과 그 후의 연애, 재혼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 결정한 일인데 자꾸 감추려고만 한다면
어느 순간 감당 못할 짐이 된다.
스스로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한 일이라면 그 선택에 만족하고 당당하게 행동해야
주변의 인정도 빨리 받을 수 있다.
그 ‘고백’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도 성숙해져야 한다.
유명인들의 이혼이나 재혼 기사에 ‘쯧쯧. 이혼이 무슨 자랑이라고’, ‘난 절대 재혼 안 한다’ 등등의
유치한 댓글을 볼 때마다 참 씁쓸하다.
이혼이 자랑은 아닐지 몰라도 죄는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행복을 찾을 권리가 있으므로 재혼은 당연히 축하해 줘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