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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고 시달리는 '돌아온 싱글'…"나는 살고 싶다"
부산에 살고 있는 박금영(가명·36) 씨는 여성 가장이다. 7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딸 둘, 아들 한 명을 키우고 있다. 큰 애는 초등학교 6학년, 둘째는 4학년, 셋째는 3학년이다.
이혼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남편은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전혀 없었다. 일은 하는 둥 마는 둥했고, 설사 마음을 잡고 일을 한다 해도 오래가는 법이 없었다. 그가 이혼하기 전까지 남편을 통해서 받은 월급 봉투는 손에 꼽았다.
생활이 제대로 될 수 없었다. 결국 이혼을 택했다. 이혼을 하고 나니 차라리 편했다. 매일 반복되는 남편과의 싸움에 늘 불안해하던 아이들의 얼굴도 밝아졌다. 하지만 곧바로 이전보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법원에서는 아이들 친권과 양육권을 박 씨에게 줬다. 남편에게는 위자료 이외에도 아이 양육비로 월 90만 원을 줄 것을 판결했다. 하지만 돈도, 재산도 없는 남편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박 씨는 "남편이 현재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혼 후,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어린 아이들을 친정에 맡기고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은 녹록치 않았다. 하루 종일 허리를 구부리고 바닥을 닦았다. 사무실에서 나오는 대형 휴지통을 옮길 때면 허리가 끊어질 것처럼 아팠다. 결국 허리 디스크를 판정을 받았다. 당시 한 달 월급은 70만 원이었다.
▲ 새벽에 지하철 철로를 청소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 여성들은 대부분 청소용역, 대형마트 캐셔 등 저소득 계약직에서 일을 한다. ⓒ프레시안 |
한 달 110만 원…"네 식구가 자립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당연히 살 길이 막막해졌다. 그동안 모아둔 돈도 없었다. 시댁에서는 남편과 헤어진 이후 아예 발길을 끊었다. 혼자 힘으로 아이 세 명을 키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전긍긍하던 중, 기초생활보장 대상자가 되면 정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금 숨통이 트였다. 기초생활보장 대상자가 된 후 최저생계비로 한 달에 110만5000원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네 식구가 자립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급하면 친정에서 도움을 받았다.
여성의 몸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가운데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였다. 아이들 걱정에 집에서 먼 곳은 가지도 못하는 박 씨였다. 또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는 없었다. 대부분이 계약직 아니면 일용직으로 한 달에 많이 받아도 100만 원 수준이었다.
박 씨는 "한 달 수입이 최저생계비를 초과할 경우 기초생활보장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그렇다보니 한 달에 200만 원 이상 받는 일자리가 아니면 아예 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 아이 딸린 여성의 몸으로 기술도 없는 박 씨가 그런 일자리를 구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워낙 돈이 궁하다 보니 단기 아르바이트를 고민한 적도 있었다. 동사무소에서 발각되지 않는 선에서 한다면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했다. 박 씨 집 근처 식당에서 점심 때 설거지를 하는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점심을 먹으러 온 동사무소 직원에게 발각된 것. 그동안 번 돈을 환수해 가진 않았지만 다신 일을 하지 못하게 됐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돈을 벌 경우, 최저생계비에서 그 돈만큼을 제하고 지원한다.
보증금 250만 원으론 도저히 전세집 구할 수 없어 걱정
박 씨는 현재 아이들과 임대 주택에서 산다.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6년까지 이곳에서 살 수 있다. 앞으로 4년이 남았다. 박 씨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지만 4년 뒤가 걱정이다. 임대 주택 보증금은 250만 원. 이 돈으로는 어디에서도 집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구 임대 아파트도 워낙 밀린 사람들이 많아 입주하기가 여의치 않다. 또 외곽에 있기 때문에 치안도 걱정된다. 박 씨는 "4년 뒤면 딸들이 중학생, 고등학생이 될 텐데 걱정이다."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걱정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에 아이들이 위축될까 노심초사다. 박 씨는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없는 게 흉이 아니라고 늘 말해왔고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하며 밝게 자라줬다"며 "하지만 주위 시선이 걱정되긴 했다"고 말했다.
둘째인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바우처 제도의 혜택으로 정신 치료를 받고 있다. 학교 친구들에게 아버지가 없다고 놀림을 받은 이후부터였다. 한 학기 내내 시달림을 당하다 결국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박 씨는 "늘 우리 가정은 아무 문제가 없는 가정이라고 아들에게 설명했는데 친구들이 이를 놀리자 아들이 충격을 받았다"며 "당시엔 힘들어 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더 큰 고민은 아이들 교육 문제다. 지금은 모두 초등학생이라 별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당장 2010년부터 중학생이 되는 큰 딸이 걱정이다.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학원에 보내야 되는 거 아닌지 고민 중이다. 워낙 비싼 학원비는 박 씨가 감당하기엔 벅차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교육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게 박 씨의 생각이다. 하지만 3명의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건 지금의 상황에선 요원하다.
▲ 한 달에 15만 원 내는 쪽방에서 살고 있는 박연자 씨. 그는 하루하루가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했다. ⓒ프레시안 |
늘어나는 여성 한부모가족, 늘어나는 여성 한부모 빈곤층
최근 우리 사회에서 여성 한부모가족이 증가하고 있다. 2005년 통계를 보면 총 가구 1578만9000가구 중 여성가구주가 307만6000가구였다. 2006년에는 총 1598만9000가구 중 여성가구주가 314만5000가구를 육박했다. 1995년 이후 계속 증가추세다. 이중 대부분이 여성 한부모 가구다. 대략 여성 한부모 가구는 여성 가구주의 7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2005년 '전국한부모가정네트워크'가 발표한 여성 가장 4인 기준 월평균 소득을 보면 응답자의 68.4퍼센트가 절대빈곤선인 113만 원도 벌지 못하는 걸로 나타났다. 170만 원 이상 받는 이는 9퍼센트에 불과했다. '전국한부모가정네트워크'는 "직업이 대부분 단순 서비스직과 생산직이 대부분"이라며 "비정규직→실업/비경제 활동→비정규직이라는 빈곤의 악순환 속에서 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남성 한부모와는 달리 생계를 위한 노동 이외에도 아이 양육 및 가사 노동도 함께 하는 게 여성 한부모다. 이로 인해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저소득 한부모의 80퍼센트를 여성 한부모가 차지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 경력이나 기술도 없어 체력으로 버티는 일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다. 노동부에서 여성가장 실업자를 대상으로 훈련을 시키고 있으나 그 대상은 전체의 5퍼센트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훈련이 취업과 연계되지 않을뿐더러 훈련 기간 중 생계가 보장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개정된 '한부모가족지원법'
현재 정부에서 시행하는 사회 보장 제도에서 한부모 가족이 혜택 받을 수 있는 제도는 '한부모가정지원법'이 있다. 2007년 개정된 '한부모가족지원법'을 통해 저소득 한부모 가정은 아동 양육비, 월 5만 원, 아동 학자금(입학금 및 수업료) 면제, 모자부자보호시설 입소, 영구 임대 아파트 입주, 복지 지금 대출 등을 지원 받는다. 하지만 이 제도가 한부모 가정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동 양육비가 5세 이하 아동에게만 월 5만 원을 지급된다는 것을 두고 이 돈으로 어떻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의 입학금과 수업료를 면제해주지만 이는 고등학교에 한정돼 있다. 사교육비 걱정을 하고 있는 한부모에겐 턱없이 부족한 지원이다.
모부자 보호 시설의 경우 전국에 40여 군데에 위치해 있다. 이로 인해 입소가 수월하지 못하다. 영구 임대 아파트의 경우 입주를 오래 기다려야 하고. 복지 기금 대출을 받으려면 연대 보증인을 요구해 창업이 무산되기 일쑤다.
이렇게 별다른 혜택이 없는 제도이기에 여성 한부모 가정에서는 차라리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되기를 원한다. 그렇게 되면 한 달에 일정 정도의 생계비가 나올 뿐만 아니라 각종 혜택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김직상 '한부모가정네트워크' 대표는 "한부모가정지원제도가 한부모 가정이 자립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제도는 지원이 거의 없어 한부모를 도로 기초수급자로 떨어뜨리는 법"이라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도 가만히만 있는 건 아니다. 보건복지가족부 가족지원과 관계자는 "내년부터 아동 양육비를 15만 원으로 인상하고 의료진료비도 더 많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며 "차근차근 한부모 가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하루가 살기가 힘든 여성 한부모 가정은 답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생계를 유지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여성 한부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부모 가정에게 건강권, 교육권, 주거권이 우선 지원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무엇보다도 생계를 유지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 김직상 '전국한부모가정네트워크' 대표는 "한부모가 되고 최초 3년간은 자립 지원금을 지원해야 한다"며 "또한 한부모 취업을 위한 직업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 이후 취업을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안정적인 직업 훈련을 위한 생계비 지원 및 장학금 제도 도입은 필수다. 자녀 양육에 대해서도 김직상 대표는 "저소득 한부모가정 자녀에 대한 장학금 지원을 확대하고 의료급여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5만 원 수준인 자녀 양육 수당도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주거와 관련해 김 대표는 "지자체 매입 전세주택 제공을 확대해 한부모가 과중한 월세 부담으로 탈 빈곤이 어려운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직상 대표는 "여성 한부모 가장이 일을 하고 집안일을 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3중의 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여성의 재생산 노동의 사회화와 일, 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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