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의 재혼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상대는 동문 후배 여의사다. 재벌그룹 총수의 재혼이란 점과 박 회장의 나이가 60대 중반이란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배우자가 20세 연하란 점도 시선을 끈다. 여러모로 화제를 뿌리고 있는 회장님의 러브스토리를 살짝 들춰봤다.
올해 66세인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이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박 회장이 부인과 사별한 지 6년 만에 재혼한 것. 두산그룹과 의료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달 중순 모교인 서울대 의대 후배인 윤모씨와 재혼했다.
몰래 사랑 ‘쉬쉬’
윤씨의 나이는 46세다. 두 사람 간 20세의 나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윤씨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으며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두 사람은 연애부터 결혼까지 철통 보안을 유지했다.
이들은 서울대 의대 동창회에서 처음 알게 된 이후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해 서울 근교에서 가족과 친지들만 모인 가운데 조촐히 결혼식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사적인 일이기 때문에 박 회장이 외부에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았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박 회장으로선 20세 연하 배우자와의 재혼이란 점도 그렇지만 지난 4일 형인 고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갑작스런 자살로 두산가는 물론 재계 전제가 큰 충격에 휩싸인 만큼 ‘몰래 사랑’ 노출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비밀리에 20세 연하 동문 후배 여의사와 재혼
의대 동창회서 만나…철통보안 비공개 결혼식
고 박두병 두산그룹 회장의 4남인 박 회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 외과교수로 재직하다가 2001년부터 6년간 서울대병원장을 지냈다. 이후 2006년 명예퇴직한 뒤 두산그룹 연강재단 이사장, 두산건설 회장 등을 거쳐 지난 3월 그룹 회장에 올랐다. 박 회장은 1968년 이화여대 음대를 나온 엄모씨와 결혼했다. 그의 장인은 사업가였다.
그러나 박 회장은 서울대병원장 시절인 2003년 지병을 앓고 있던 엄씨가 사망한 뒤 혼자 지내왔다. 엄씨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박 회장이 서울대병원장을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또 “최고의 의사도 가족의 인명은 어쩔 수 없다”는 탄식도 흘러나왔다. 박 회장은 엄씨와의 사이에서 3남(태원-형원-인원)을 두고 있다.
이들 3형제는 모두 두산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장남 태원씨는 두산건설 전무로, 차남 형원씨는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로, 3남 인원씨는 두산엔진 부장으로 각각 재직 중이다. 그룹 내부에선 박 회장의 재혼에 대해 총수 일가의 사생활이란 이유로 ‘쉬쉬’하는 분위기다. 언급 자체를 극도로 꺼리고 있는 것. 회사 관계자는 “박 회장의 재혼 사실을 언론에 나오기 전까지 전혀 몰랐다”며 “결혼 같은 개인적인 일을 어떻게 회사에서 알겠냐. 더군다나 재혼 같은 집안 사정은 더더욱 모른다”고 말했다.
사실 박 회장의 재혼 소식은 이미 재계와 증권가에 소문으로 떠돌았다. 한 오너의 재혼설은 호사가들의 입을 통해 퍼져나갔고 급기야 증권가에 나도는 이른바 ‘찌라시’(정보지)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이 유포되기 직전이었다. 다만 주인공 등 실체가 불분명해 정확한 사실 확인이 어려웠다.
한 증권맨은 “모그룹 오너가 재혼했다는 얘기가 11월 초부터 돌았다”며 “그러나 구체적인 인적 사항이 빠져 있어 누가 누구와 언제 어디서 결혼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귀띔했다. 재벌가 로열패밀리의 재혼 사례는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03년 부인과 사별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은 ‘두 번 이혼, 세 번 결혼’이란 이력을 갖고 있다. 여배우 김혜정씨, 가수 배인순씨와 이혼한 최 전 회장은 KBS 아나운서 출신 장은영씨와 재혼했다. 신영자 롯데백화점 사장의 차녀 선윤(전 호텔롯데 상무)씨도 두 번의 결혼식을 올렸다.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던 전 남편과 이혼한 뒤 2007년 양성욱 아우디코리아 상무와 재혼한 것.
온라인게임 ‘리니지’로 유명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2007년 ‘천재소녀’ 윤송이씨와,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은 1981년 박문순(성곡미술관장)씨와, 김순진 놀부NBG 회장은 1987년 오진권(이야기가 있는 외식공간 회장)씨와 재혼해 시선을 끌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 일가의 파경이나 재혼은 쉽게 구설수에 오르는 탓에 숨길 수 있다면 끝까지 감춘다”며 “당연히 해당 그룹은 하나같이 모르쇠로 일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가 사람들의 가정사는 세간에 오르내리며 언젠가는 알려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