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연애의 롤 모델이 나타났다. 바로 미실. 그녀의 카리스마는 신라의 초식남들을 휘어잡고 있다. 1천3백 년을 거슬러 올라 그녀에게서 가져온 연애 비술.
1 ‘당신의 여자’가 아닌 ‘만인의 연인’
어장 관리의 정석을 보여줄 수 있었던 까닭은 역으로 미실이 그 누구의 여자도 아니었기 때문.
→ “난 니 거야~”라고 깜찍하게 고백하는 건 좋다. 하지만 ‘이 여자는 놀 사람이 나밖에 없나’ ‘나랑 결혼할 셈인가’ ‘나한테 목맸군’ 등 나만의 여자라는 확신이 든 순간 남자의 사랑은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남자의 본능이다.
2 “이제 ‘미실’의 시대이옵니다”
“미실의 시대”라며 ‘선덕여왕’의 화려한 막을 올린 미실. 얼마 전에는 “오직 이 미실만이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라는, 엄청나게 자기중심적이면서 서슬 퍼런 대사를 읊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여기서 포인트는 화법. 제3자가 말하듯이 자신의 이름을 넣어 이야기한다. 함부로 썼다가는 ‘콤보 하이킥’을 맞게 되는 꼴불견 화법인데, 미실께서는 중후한 목소리와 근엄한 자태로 말씀하시니, 감히 토 달 수 없다. 이런 반복 청취로 ‘세상의 중심은 미실’이라는 명제는 더욱 확고해진다.
→ ‘귀여운 척’의 양념을 배제하고 남발하지만 않는다면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 효과적. 남자친구에게 나의 존재를 확고히 하고 못 박는 자세는 매우 훌륭하다. 감히 눈 돌릴 수 없게 말이다.
3 잊지 못할 첫사랑의 포스
풋풋한 ‘유이’ 시절의 첫사랑 사다함. 그가 남기고 간 ‘사다함의 매화’는 책력이었고, 이는 미실이 온갖 권력을 갖는 데 일등 공신이었다. 역시 남자에게 첫사랑이란 ‘모든 걸 주고 싶은’ 불가침의 성역이다.
→ 누군가의 첫사랑이 되어라? 하지만 아직 때도 빠지지 않은 사춘기 소년들을 공략하라고는 차마 못하겠다. 대신 ‘첫사랑’이라는 키워드에서 당신의 연애사에 충고를 하자면, 애저녁에 지나간 사랑은 그냥 보내라는 거다. 사다함도 첫사랑으로 남은 채 죽었기에 아름답게 남았을 수도 있다. 살아 있었다면 험한 꼴을 보았을 수도.
4 도를 넘어선 동안의 외모
덕만의 증조할아버지인 진흥왕 때부터 미실은 후궁이었다. 주름 하나 없이 팽팽한 미실의 피부를 보고 있노라면, 지금도 경주 어디멘가 살아 있을 것만 같다. 죽지도 않고, 늙지도 않고.
→ 우리도 얼굴에 방부제 좀 바르자. 외모는 가꾼 만큼 돌아온다.
5 서릿발 속에 보이는 의외의 여린 모습
‘일식의 유무’를 두고 벌인 대결에서 덕만에게 KO 패를 당한 후 미실은 혼돈과 번뇌에 빠진다. 가뜩이나 미실이 걱정돼 한달음에 온 설원랑에게 “성골인 덕만이 부럽다”는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약한 내면을 드러내고, 심지어 눈에는 눈물까지 어리었다! 가뜩이나 미실의 노예나 다름없는 설원랑에게 “그래도 내가 이 여자를 지켜야겠소!” 하는 굳은 의지를 불사르게 만든 것. 항상 “세주~” 하면서 미실을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설원랑. 그가 헌신적인 순애보를 지닐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의외의 변주 때문이다.
→꼭 ‘카리스마’와 ‘연약함’의 조합일 필요는 없다. 당신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매력이 깨물어주고 싶은 귀여움이라면 가끔은 페로몬 팍팍 풍기는 뇌쇄적인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는 것.
6 혹시, 그들이 사귈 만한 사람이 미실밖에 없었다면?
왕위를 계승하기 위해서는 진골 정통 왕비족이나 대원신통 왕비족 중에서 자신의 배우자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왕비 혈통의 존재 때문에 혼인 상대방의 범위가 제약될 수밖에 없었던 것. 미실 주변으로 남자 왕족들이 몰려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후계자를 많이 생산해둘 필요가 있는 왕실의 입장에서는, 상호 혈연 관계에 있는 여러 명의 왕족이 미실 한 명과 관계를 맺는 것을 제지할 필요도 명분도 없었던 것. 도리어 적극 권장해야 할 판이다. 자신의 존재가 그 그룹에서 유일무이할 때야말로 가치가 높아진다는 건 경제학적으로도 연애학적으로도 진리다. 미실이 ‘장삼이사’였다면 그렇게 고결하고 대단한 남자들을 많이 ‘후리지’ 못했을 것이다.
→ 우리도 미실처럼 희소가치를 뽐내는 ‘공대 아름이’가 되어야 한다. 여자만 바글거리는 (이 편집부 같은) 곳 말고 남자들이 많은 곳으로 가서 꽃이 되어라.
7 심기가 드러나는 미실의 얼굴
얼굴만 보아도 한 편의 모노드라마가 펼쳐진다. 기뻐하는 표정, 분노하는 표정, 고민하는 표정, 쾌재를 부르는 표정, 야비하게 비웃는 표정 등 오만 감정이 다 드러난다. 아마 그녀가 정사(政事)로 피곤했을지언정 ‘서운함을 못내 감추거나’ ‘애써 눈물을 참는’ 등의 연애 감정 문제로 골치 아픈 적은 없었을 게다.
→ 솔직하게 표현하는 건 ‘건강한 연애’를 위한 지름길. 네 마음, 그가 다 알 것 같지? 그는 꿈에도 생각 못할 것들이 많단다.
8 기브앤테이크는 확실하게
미실은 가진 게 많은 여자였기 때문에, (황후의 자리 말고는 모든 걸 가졌다) 받기보다 주는 데 능하다. 주면서 자신이 바라는 것을 동시에 획득하는 것. 자신에게 충심을 보이는 한 돈과 명예가 따르는 기회를 반드시 주는 리더다.
→ 연애 관계도 똑같다. 일방적으로 몰리는 관계는 곧 균형을 잃게 되어 있다. 너무 받지도, 너무 주지도 말 것.
9 잔가지만 꼬이는 여자가 되지 말지어다
왕의 여자, 아니, 왕들의 여자였던 미실, 화랑들의 짱 등 그녀의 주위에는 덩어리만 모였다. ‘왕의 여자’라는 사실이 다른 남자들에게 정복욕을 자극하는 것.
→ 한번 ‘레베루업’한 남자의 수준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꼭 돈 많고 능력 좋은 남자를 잡으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몹쓸 놈’을 만나는 여자는 되지 말라는 거다. ‘OO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은 향후 당신의 연애 행보에 ‘봄비’가 될 수도, ‘쓰나미’가 될 수도 있다.